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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쿠리의 육아 이야기/보민이 엄마의 육아일기

+1일째, 제왕절개 고통을 할부로 결제하다

by 쿠쿠리아가씨 2016. 2. 13.


출산 1일차, 


수술을 마치고 막 나왔을 때는 마취가 풀리기 전이니 이건 뭐 진통도 없고 고통도 없고 

제왕절개만한게 없구나! 아이를 안아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남기는 했지만

그래도 내몸이 덜아프니 정신은 말짱했는데.. 왠걸? 

제왕절개 누가 쉽다고 했나?


밤 11시를 기점으로 지옥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마취는 서서히 풀려갔고 다리의 감각이 돌아올 때 즈음부터 수술부위가 화끈화끈

아래에서는 피가 줄줄 흘러내리는 느낌이 들었고 배 안에서는 장기가 제자리를 찾느라고 난리난리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간호사에게 너무 아파요. 잠을 못자겠어요.

돌아오는 대답은 "다들 그러세요. 그래도 계속 움직이세요. 그래야 내일 애기 볼 수 있어요."

진짜 밤새도록 단 한 숨도 자지를 못하고 고통으로 끙끙 앓으며 밤을 지새웠다. 

제왕절개를 하고나면 장기가 제자리를 찾아야 하는데 가만히 누워만 있으면 장기 유착이 올 수 있어서 

빠른 회복을 위해서는 고통스럽고 아프더라도 자꾸만 이쪽 저쪽 돌아누워야 한다고 했다 아파죽겠는데!!! 

첫날 새벽 정말 앞에 누군가 있으면 머리채라도 잡고 싶은 고통이 있었지만

침대 베드 난간을 붙잡고 끙끙거리며 이쪽 저쪽 돌아누웠다. 필사적으로.

안그럼 내일 일어나지 못할테고... 그럼 우리 봉봉이 얼굴을 보지 못할테니까 






저녁에 신랑이 봉봉이 보러가서 찍어다 준 사진 

아직 양수에 퉁퉁 불어있지만 그래도 우리딸 너무 이쁘잖아 ㅠㅠ 윙크하는거니?


사실 출산 첫째날은 봉봉이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고 

예상치 못한 고통을 마주하다보니 정신도 없었고 어안이 벙벙했다. 

하지만 분명한건 신랑에게 정말 고마웠다는 사실이다. 

수술이 끝나고 입원실에 들어오는 그 순간부터 내 곁을 지키면서 

첫날 줄줄 흘러나오는 오로들을 신랑이 다 처리해줬다. 

사실 신랑에게 피가 흐르는 아래를 보여주는 것 자체도 부끄러운 일이기는 했지만 

아무렇지 않게 싫은 내색 없이 걱정스럽게 닦아내주는 신랑을 보니 부끄러움도 사라졌다. 

너무 아팠지만 신랑이 있어서 그래도 견딜만한 밤이 그렇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