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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쿠리의 육아 이야기/보민이 엄마의 육아일기

+2일째, 뒤뚱뒤뚱 아파도 괜찮아

by 쿠쿠리아가씨 2016. 2. 13.


출산 2일째 


지옥같은 새벽이 흐르고 아침이 밝았다. 

밤새도록 필사적으로 이쪽으로 돌고 저쪽으로 돌아누운 효과가 있었던걸까?

첫날 새벽 다행히 가스가 나왔다. 가스가 안나오면 다음날 밥을 못먹는다는 이야기가 결정적이기도 했고 ㅋㅋ

밥을 먹어야 젖도 돌꺼고 힘을 내서 우리 봉봉이를 보러 갈 수 있을테니까

가스가 나온 덕분에 아침 8시쯤 소변줄을 뽑고 봉봉이를 보러 신생아실로 가려고 했었다.

그랬는데! 너무 아팠다. 진짜 이런 고통은 태어나 처음 겪는 것 같았다. 

누군가 배와 허리를 마구마구 쑤셔대는 느낌이었다. 침대에서 일어나야하는데 배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배에 복대를 차고 신랑의 도움을 받아 겨우겨우 일어나 몇걸음 걸어 신발을 신으러 가는데

갑자기 울컥하고 아래에서 쏟아지는 느낌이 났다. 


지난밤 계속 누워있기만 해서 그랬던걸까.

고여있던 오로가 덩어리채로 와르르 쏟아져 내려왔다. 

신랑의 직설적인 표현에 의하면 선지국에 들어가있는 선지가 쏟아져 내리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정말 남자 주먹 두개만한 피덩어리가 쏟아져 내렸다.

다행히 화장실 앞이라 타일이 깔려있는 곳이라 망정이지 방바닥에 쏟았더라면.. 아찔했다. 

역시나 뒷정리는 신랑의 몫 ㅠㅠ

피냄새가 진동을 하는데도 짜증한번 내지 않고 묵묵히 핏덩어리들을 처리해줬다. 

고마워 오빠 ㅠㅠ 내가 앞으로 더 잘할께 


그리고 다시 힘을내서 한걸음 한걸음 

뒤뚱뒤뚱 한걸음 걸을때마다 신음을 내뱉으며 신생아실로 갔다.

6층에서 5층 가는길이 구만리 같았다. 너무 아팠으니까 

하지만 잠시후 봉봉이의 얼굴을 보니 고통 그런 것 쯤이야. 





봉봉아, 엄마야 엄마왔어 

지난밤엔 잘 잤어? 엄마가 우리 봉봉이 무섭지 않게 꼭 안아줬어야 하는데 미안해

엄마 뱃속에만 있다가 밖으로 나오니 무서웠지? 엄마가 얼른 회복해서 안아주러갈께 

엄마가 많이 미안해. 


봉봉이를 두번째로 다시 만났을 때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유리벽이 우리를 막고 있어 이 말을 전할 순 없었지만 봉봉이를 보며 이 말을 속으로 뇌되였다. 

그리고 출산 직후에도 나지 않던 눈물이 그제서야 터졌다. 이제야 맨정신으로 우리 딸을 보게 된 순간이었으니까. 

아빠를 꼭 닮은 우리 봉봉이 분명히 앞이 안보일텐데 꼭 눈을 맞춰오는 것 같았다. 





배냇짓을 하는건지 씨익 웃었다가 우는 표정도 지었다가 

눈을 위로 떴다 아래로 떴다. 어찌나 귀여운지... 엄마 닮아서 왼쪽 볼에 귀여운 보조개도 쏘옥 들어갔다. 

아빠는 엄마 눈을 안닮아 실망스럽다고 했지만 내눈엔 이쁘기만 한데 뭘!


5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면회시간을 끝으로 다시 병실로 올라오니 봉봉이가 눈에 밟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얼른 안아보고 싶었고 얼른 엄마 냄새를 맡게 해주고 싶었다. 


점심부터는 밥을 먹을 수 있게 됐다. 보통 미음을 주는 경우도 있다는데 내가 회복이 빨라보였나..

나는 첫 식사때부터 반찬 하나 남기지 않고 밥을 싹싹 긁어 클리어했고 

시원하게 첫 대변도 눴다 ㅋㅋㅋㅋㅋ 정말 어마어마한 회복력이구만 

식사시간마다 밥먹고 소화시킬겸 봉봉이를 보러 내려가는게 하루의 즐거움이 되었다. 

우리 딸 언제 안아볼 수 있을까? 


수술 후 외래진료도 다녀왔는데 회복이 아주 잘 되고 있다고 했다. 

내일쯤엔 수유콜 받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