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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쿠리의 육아 이야기/보민이 엄마의 육아일기

+27일째, 보민이의 뱃속을 점령한 가스, 쭈쭈꼭지의 부적절한 사용

by 쿠쿠리아가씨 2016. 5. 2.


생후27일째, 


매일 일기를 써야지 해놓고 이틀이나 일기를 미뤘다. 

그간 보민이는 여전히 잠투정을 하고 저녁잠을 자기전에 온몸을 비틀면서 울곤했다. 

빵빵하게 부풀어 있던 보민이의 배가 목욕시킬 때 보니 더욱 심하게 불러있었고

오빠는 아무래도 배가 이상한 것 같다며 걱정했다. 

결국 설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병원을 가보자고 오빠를 설득해 소아과에 갔다. 

연휴 직전이라 그런지 대기자가 무려 35명. 대기시간만 2시간 넘게 기다려 겨우겨우 들어간 진료실에서 

나는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엄청난 절망과 충격을 받았다. 


선생님은 배에 청진기를 대보자마자 배에 가스가 찬것 같다며 일단 엑스레이를 찍어보자 하셨다. 

이제 겨우 태어난지 27일째 된 아가를 양 옆에서 붙들고 겨우 엑스레이를 찍어 진료실로 돌아왔다. 

엑스레이 결과를 보고 선생님은 깜짝 놀라셨다. 


" 엄마, 지금 아기 배안이 가스로 가득해요. 대장,소장 할 것 없이 가스가 꽉차서 다 늘어났어요. "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속이 하얗게 변하는 것 같았다. 시간이 멈추는 것 같았고 사고회로가 정지한 느낌이었다.


" 아기가 지금 모유를 먹나요? "

" 네, 빠는 힘이 약해서 쭈쭈꼭지를 달고 먹이고 있어요. "

" 확실하지는 않지만 쭈쭈꼭지 때문에 아기가 공기를 많이 먹은 것 같아요. 

  그동안 아이가 많이 아파하지 않았나요? 아팠을텐데..

  토하거나 하지 않은걸로 봐서는 장염은 아닌 것 같으니 

  일단 직수는 중단하고 아기 배가 괜찮아 질때까지 유축해놓은 모유를 젖병으로 먹이세요.

  대장의 가스는 방귀로 나오겠지만 소장의 가스는 천천히 시간을 두고 빠질꺼에요. "


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진료실을 나왔다. 

사실 몇일전에 쭈쭈꼭지를 달고 젖을 물리는 나를 보면서 오빠가 말했었다. 

쭈쭈꼭지를 좀 더 흡착 시켜서 젖을 좀 짜낸 다음에 물려야 되는거 아니냐고 

나는 아무 생각없이 '보민이가 빨면 나오는데 굳이 왜 짜내서 먹여' 하면서 늘 먹이듯 먹였는데

오빠말이 맞았던 거였다. 쭈쭈꼭지를 가슴에 대고 쭈욱쭈욱 눌러서 완전히 흡착시킨 다음에 물렸어야 했는데

흡착되지 않은 상태로 보민이가 쭈쭈꼭지를 물어서 틈 사이로 들어간 공기를 그대로 마시고 있었던거다. 


아... 내가 엄마 자격이 있는걸까? 

그날 집에 돌아와 혼자 화장실에서 몰래 울었다. 

오빠 앞에서는 미안해서 울지도 못하겠고 보민이에게는 더더욱 미안했다. 

그동안 왜 이유없이 저녁에 용쓰면서 몸을 비틀면서 우냐고 보민이를 탓했었는데 

그게 다 내가 실수해서 보민이 배에 가스가 들어차기 시작했고 그 때문에 배앓이를 했던거였다. 





얼마나 공기를 마셨으면 대장과 소장에 가스가 가득차서 다 늘어나 있는 상태일까 

그동안 배안에 가득찬 가스때문에 배가 빵빵하게 불러온거였는데 나는 인터넷만 두드리며 

잘못된 정보로 아픈 상태의 보민이를 방치한거였다. 조금 더 일찍 병원에 왔더라면 밤에 그렇게 괴로워하지 않았을텐데


모유수유를 하겠다는 욕심으로 괜히 쭈쭈꼭지를 사용했나 싶기도 하고 

그냥 이참에 분유를 먹여야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일단 약을 받아오고 당분간 쭈쭈젖꼭지는 쓰지 말자는 선생님의 말씀에 집에오자마자 유축을 시작했다.

그동안 유축해놓은 모유가 있기는 했지만 당장 매끼니를 유축한 모유로 채워야하니 계속 유축을 해야만 했다. 

지난주에는 80ml이상 유축됐었는데 직수만 하는 동안 젖량이 애기한테 맞춰지면서 많이 줄었나보다.

한번 유축할 때 50ml 정도 나왔다. 이러다 모유수유를 못하게 되는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 


얼마나 아팠을까 우리 딸 ㅠㅠ 엄마가 빨리 알아채지 못해서 미안해 아가야 

매일 너를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서 말 못하는 니가 그렇게 울면서 신호를 보내는대도 엄마가 몰랐어 

엄마는 왜 항상 너에게 미안할 일들만 하는걸까 


나 엄마 자격이 있는걸까? 



수유시간 총5회 - 왼쪽 53분 / 오른쪽 102분 

            평균수유시간 회당 31분

            유축으로 총 220ml 3회

            분유로 60ml 1회 


기저귀 교환 횟수 총 9회 / 대변 보는 횟수가 2회로 조금 줄었다. 응가는 여전히 지리고 있다.